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■이영하의 詩心 世界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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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조회 18
  • 2026.10.15 13:22
 
사랑하고파 피었어라
 
하늘시인 이영하
 
담장 밑 작은 꽃 하나
아무도 보지 않는 쪽으로 고개를 열었다.
햇살을 넉넉히 받은 것도,
좋은 땅을 얻은 것도 아니었다.
그저 꽃으로 태어나
꽃으로 한 번 살아 보고 싶었으리라.
 
비가 오면 꽃잎을 접고
바람이 불면 줄기를 낮추면서도
꽃은 피어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.
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던 것일까.
자기 빛을 알아볼 눈 하나
세상 어딘가에 있으리라 여겼을까.
 
사랑하고파 피었어라.
작은 꽃의 말은 향기보다 먼저 번졌다.
나도 한 생을 살아오며 높은 하늘을 날고
먼 나라의 문을 두드렸지만
가슴에 오래 남은 것은 마주 앉은 이의 웃음이었다.
 
꽃은 오래 피어 있으려 피는 것이 아니었다.
제게 주어진 짧은 날에 누군가의 눈길을 한 번 밝히려
온 힘을 다해 피었다.
오늘 나도 그 꽃 곁에 멈춘다.
내 안에도 아직 사랑을 향해 열리는 꽃잎 하나
남아 있으므로.
 
 
 
〈시작 노트〉
 
 
◉주제 및 배경
 
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담장 밑 작은 꽃의 개화에 빗댄 작품이다. 사랑은 특별한 조건을 갖춘 사람만 누리는 감정이 아니라, 어려운 자리에서도 누군가에게 닿고 싶어 하는 생명의 본능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.
 
 
 
◉시적 구성
 
그늘진 곳에서 피어나는 꽃의 모습으로 시작해, 비바람 속에서도 개화를 멈추지 않는 생명력과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싶은 마음을 그렸다. 후반부에서는 시인의 삶과 꽃의 생을 연결해 사랑의 의미를 돌아본다.
 
 
 
◉시적 감수성
 
화려한 꽃밭이 아닌 담장 밑이라는 소박한 공간을 선택했다. 꽃이 피어나는 장면을 통해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을 드러내되,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작은 생명의 움직임에 담았다.
 
 
 
◉비유 및 표현 기법
 
꽃을 사랑을 갈망하는 존재로 의인화했다. ‘사랑하고파 피었어라’라는 제목은 개화를 생명의 활동에서 감정의 고백으로 바꾸며, 마지막의 ‘꽃잎 하나’는 시인의 내면에 남아 있는 사랑의 가능성을 상징한다.
 
 
 
◉시적 메시지
 
사랑은 오래 소유하는 일이 아니라, 주어진 시간 안에서 누군가의 삶을 밝히는 일일 수 있다. 작은 꽃 한 송이도 자기 자리에서 피어남으로써 세상에 의미를 보탠다.
 
 
 
◉시인의 메모
 
꽃이 피는 까닭은 식물학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, 그 꽃 앞에서 누군가를 떠올리는 마음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. 시는 그 설명되지 않는 마음을 오래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된다.
 
 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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